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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왈리드의 전체 이름(풀 네임)은 알 왈리드 빈 탈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이다. 친할아버지이자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 그는 현재 사우디 국왕의 조카이지만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패밀리에는 속해 있지 않다.

그는 올해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8위(재산 200억 달러)에 올라 있다. 작년의 5위보다는 3계단 떨어지긴 했지만 항상 세계 부자 10위 내에 들어 있으며 아랍인 가운데 가장 부자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물려받은 게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왕족으로선 이례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1979년 미국 멘로대를 졸업한 알 왈리드는 아버지로부터 빌린 3만 달러와 물려받은 집을 담보로 마련한 4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1980년대 중동 건설 붐 때 사우디를 찾은 한국 등 외국 기업을 사우디 당국자들과 연결해 주고 커미션을 받는 식으로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이후 중동 건설 시장에 뛰어들어 10년 만에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모았다. 당시 저평가돼 있던 사우디 금융산업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그의 자산은 11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투자 원칙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그는 일시적 자금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10년 정도 지나면 오히려 대박이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작년과 올해 1년 사이에 재산이 37억 달러(3조5000억 원)나 줄어들었다. 세계 부자 순위가 미끄러진 것도 이런 자산 감소 때문. 그러나 알 왈리드는 이런 손실이 곧 회복될 것으로 자신한다. 장기 투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란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씨티은행에 대한 투자다. 씨티은행은 남미에 제공한 여신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공급한 자금의 부실화로 1991년 지급불능 위기에 빠졌었다. 여기에 7억9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이때부터 세계 투자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주식의 가치는 지금 86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프랑스 테마파크인 유로디즈니, 우리나라의 현대, 대우차 등에 투자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현대차와 대우차에 총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으나 2001년 이를 미련 없이 빼갔다. 한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알 왈리드 왕자가 ‘찍은’ 기업과 주식은 그래서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가 작년 “일본 소니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강점을 갖고 있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말하자 소니 주가는 곧바로 도쿄 증시에서 2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5.2%)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투자 환경의 변화를 빨리, 그리고 잘 포착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통 제조업체 일변도에서 미디어 통신 인터넷 등 변화를 주도하는 업종의 주식들을 잘 골라내는 재주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중국 2대 은행인 중국은행(BOC)에 20억 달러(지분 2.7%)를 투자하기로 해 역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그가 중국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알 왈리드가 출현했다고 하면 뭔가 확실한 게 있을 것이란 느낌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겐 수익성이 중요하지, 산업 분야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 이상의 수익률만 올려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은행에서 자동차 기업, 전자회사, 테마파크, 호텔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최근엔 미디어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는 수년 전 24시간 음악방송인 로타나를 설립해 아랍 최대 음악방송 회사로 키웠다. 이어 아랍권 영화 판권을 60% 보유하고 있는 이집트 영화사 ‘펀나운’도 인수했다. 알 왈리드는 “아랍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는 누구도 모르지만 이 지역 인공위성 방송 수신대수는 5000만 개에 달한다.”며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지켜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여흥’을 극도로 제한해 온 아랍이 알 왈리드의 말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신천지로 돌변할지 정말 지켜볼 일이다.

그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출귀몰할 수 있는 것은 막강한 싱크탱크 그룹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투자회사인 킹덤홀딩스에는 200명 정도의 경제학자들이 항상 리서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알 왈리드 개인사로 들어가 보자. 그는 하루 17시간을 일하는 ‘워커홀릭(일 중독자)’으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투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독서량도 풍부하다. 하루에 7시간은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직접 운전했으나 하루 1시간 반씩 운전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느껴 그만뒀다. 잠은 네댓 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나 좀더 편안한 생활을 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숨 쉬는 한 일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쉼에서 평안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열정적으로 일하면서도 또한 편안하게 일한다.”고 선문답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매일 생활에서 어떤 스트레스도 없다. 문제에 부닥쳐도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알 왈리드는 또 매년 1억 달러가량을 자선과 학술 사업에 기부하는 자선사업가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중동은 물론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가 그 대상이다. 작년 10월에는 파키스탄 카슈미르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3000만 달러 내놓았다. 이보다 석 달 전인 작년 7월에는 세계 최대 박물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루브르 사상 최고 기부액으로 기록됐다. 루브르 내 이슬람관 신축을 위해 써달라는 기부였다.

그는 서구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간극을 좁히는 대학의 연구 사업에도 적극 기부하고 있다. 작년 말 그는 미국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에 이슬람 관련 연구비에 써달라며 각각 200만 달러씩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포트월드가 미국 항만을 인수하려 했던 것과 미국 내 반 이슬람 분위기가 확산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 기부금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이슬람인들의 폭력성을 덮고 선행의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 그의 연간 소득이 5억 달러인 점에 비춰볼 때 그의 자선 비중은 연 소득의 20%에 이른다. 율법이 규정한 원칙에 따라 일상생활을 견결히 유지하고 있다. 평민들과 함께 금식 기도 주간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중근동 지역의 이슬람 성지를 빼놓지 않고 순례한다.

최근에는 전에는 없었던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놓고 있어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사우디의 전통주의에 대한 비판, 선거제도, 여성 인권, 경제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우디 아람코 등 국영기업의 경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에게 그가 과연 평화를 원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한번 기회를 주자고 주장해 아랍 언론들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분명 그는 친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력을 통해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는 반대한다. 민주주의는 한 나라의 본질과 역사 속에서 샘솟듯 나와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모든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어떤 형태의 테러에도 반대한다.

이런 알 왈리드의 됨됨이를 만든 이는 바로 그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라고 그는 말한다. 친할아버지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외할아버지는 레바논의 독립영웅 리야드 알 술이다. 그래서 그는 양국 국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알 왈리드는 세계 10대 부호 중 가장 많은 자동차를 갖고 있는 인물. 롤스로이스 팬텀, 인피니티 FX45와 같은 고급차 외에 가장 크고 무거운 SUV로 알려져 있는 험머H1도 보유하고 있다. 이혼을 두 번 경험한 그는 현 부인인 코루드 공주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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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듣기로는 버펫과 거의 비슷한 기업에 투자하지만 투자의 시기가 다른 걸로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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